국민대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의 위치한 옥인동에는 한 독립영화관이 있다. 한 눈에 찾기는 힘든, 누가 보면 영화관이라기보다는 일반 가정집을 닮은 이 영화관에 들어서면 필름이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소리와 어설퍼서 매력적인 구조물, 예전 비디오가 가득한 책장, 따스한 느낌의 마당이 손님을 맞이한다. 소박하지만 특별한 이곳에선 이미 그들만의 예술이 흘러가고 있다. 바로 “옥인상영관“의 이야기이다. 마치 오래 전부터 이 곳에 있었던 것만 같은 이 영화관은 사실 작년 국민대학교 졸업생과 그의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만든 소규모 독립영화관이다. 영화의 장엄함이 아닌 친근함을 품은, 크고 거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그들의 영화관으로 들어가 보자.
Q 영화관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이곳은 비 영리 독립 영화관으로 위치한 장소가 종로구 옥인동이라서 이름을 “옥인상영관”으로 짓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으로 영화관과 그 옆의 라운지로 구성이 되어 있고 영화관에서 상영된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이 라운지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가벼운 대화를 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영화만을 본다기보다 라운지를 통해 파티를 진행하기도 하고 그 날 상영된 영화의 영화감독과의 대화를 마련하는 등 조금 더 영화에 관련되어 자유롭고 문화예술적인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큰 특징이 있다면 외부 음식이 자유롭다는 것이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 분들께서 종종 맥주를 사오시기도 하고 치킨을 배달해 드시기도 하는 등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Q 이러한 독립 영화관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저희가 만들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있다면 대형 배급사의 소속 작품으로 되어있는 영화가 아닌 학생 작품이나 마이너한 감성의 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는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근래 들어서 이러한 영화를 상영하는 독립영화관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고 이러한 점을 저희 또한 많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종사 중인 직업 이후의 시간인 주말을 활용해 이러한 영화들을 소개해보자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의 목적은 관객 유치보다 좋은 영화이지만 대형 배급사에 밀려서 본인 작품을 발표할 곳이 없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데에 주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보다 다양성이 있는 영화를 소개하는 데에 주를 두었으며 이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독립영화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또 다른 목표입니다.
Q 영화는 어떠한 과정으로 이 영화관에서 상영되게 되나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나 국제 영화제처럼 저희에게 직접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고 원하는 작품이나 감독이 있는 경우에는 저희 측에서 감독님께 직접적인 연락을 통해 감독님의 영화를 저희 상영관에서 상영하고 싶다고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영화라는 것이 배급이나 판권의 소속이 영화마다 다르기에 감독님께서 만드신 영화중에서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은 본인의 영화를 좋은 곳에 써주시길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흔쾌히 상영을 허락해주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또한 따로 공모를 받아서 모인 작품들을 모아서 상영을 하는 등 경우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작품을 선정하게 됩니다. 때문에 대학교 작품이나 졸업 작품부터 영화계에서 유명한 감독님들의 작품까지 보다 다양한 영화를 상영할 수 있습니다.
Q 먼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인가요?
5월부터 6월까지 아시아나 국제 영화제 “좋았다니 다시 한 번”의 서울관중의 한 곳으로 선정이 되어서 2달에 걸쳐서 상영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아시아나 국제 영화제가 전국에서 진행되는 영화제이기 때문에 각 지역 별로 영화관을 선정하는데 주최 측이 장소를 물색하던 중 저희 영화관에 대해 알게 되어서 연락이 왔고 비 영리라는 저희의 가치관이 영화를 무료로 보여준다는 그 영화제의 취지와 맞았기에 작년부터 서울관중의 한 곳으로 선정이 되어 함께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현재 상영하고 있는 영화는 어떤 것이 있나요?
9월이 지나면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는 승조와 지연 그리고 선영, 공모전을 앞두고 선영의 설계도가 사라진다. 선영은 지연을 의심하지면 승조는 지연을 감싸준다. 펑크락 밴드 Green Day의 “Wake up when september ends“를 메인 OST로 사용하여 대학생의 풋풋하고 감성적인 일화를 잘 보여준다.
철의 시간
열일곱 살인 프랑카는 후고벤스 제철소의 공장 연기 아래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와 집안일을 돌보는 역할을 맡고 있던 그녀는 윈드서퍼인 케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기 시작한다.
FAMILY
거리에서 만난 신애, 민정, 훈은 가출 패밀리이다. 셋은 같이 살 집을 구하기 위해 화장실에서 지내며 갖은 방법으로 돈을 모은다. 여느 때처럼 돈을 벌던 어느 날 민정의 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화장실에서 신애가 잠든 사이 훈은 그 동안 모아 놓은 돈을 훔쳐 달아나고 민정의 통증은 점점 심해져 간다.
나만의 내비게이션
교통 체증 속에 눌린 노년의 부부, 아내는 끊임없이 떠들면서 경고하고 명령을 한다. 아내는 경찰이자 GPS이며 해설자이다. 남편은 화를 내며 반기를 든다. 그들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인생의 끝없음을 다시 한 번 말해준다.
Q 영화관 외관과 내부가 참 독특하고 신기한데 어떤 식으로 만들어진 건가요?
국민대학교 07학번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한 저를 비롯해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4명의 친구와 함께 각자의 전공과 현재 하고 있는 직업에서의 일을 통해 차곡차곡 만들어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졸업하면서 거의 곧바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사실 이러한 영화관을 기획한 것은 2012년 가을 정도부터였습니다. 기획을 모두 마친 후 친구 중 한 녀석이 가지고 있던 빈 집을 천천히 정리해가면서 만들어 나갔는데. 3년 동안 비어있던 집이라서 첫 시작으로 쓰레기 정리만 2주 정도 소요되었고 그 양 또한 트럭 2대 정도나 되었죠. 그 후 인테리어 공사를 비롯해 전기, 수도, 보일러 공사를 친구들과 함께 직접 진행시켰는데 조명작가의 경험이 있는 저를 비롯해 모두 이러한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한 가지의 전공을 살려서 이러한 전국 유일의 가정집 형태의 상영관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Q 본인들이 생각했을 때 옥인영화관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영화라는 것이 사실 홍대나 신촌에서 만나서 “우리 영화나 볼까“하며 보기도 하는 것인데 이곳의 영화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직접 찾아와야 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곳에 꼭 오고 싶다거나 영화에 대해 열정이 있는 사람이 찾아와서 영화를 즐기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또한 연인과 단 둘이 오붓하게 영화를 보기도 하고 가족끼리 영화를 보기도 하며 친구들끼리 편안하게 집에서 영화를 보듯이 볼 수 있기에 다양한 형태의 작고 아늑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마당이 있는 오래된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편안한 외관과 찾아오는 과정과 이 곳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감독과의 대화를 많이 추진하는 편인데 감독과 작품에 대해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또한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비 영리 단체라고는 하셨는데 수익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으신 건가요?
주위에서도 평소에 많이들 이러한 걱정을 해주십니다. “수익이 어느 정도는 생겨야 하지 않겠느냐.” 혹은 “감독한테도 어느 정도의 보수가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보통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죠. 하지만 저희는 이 일에서 수익을 생각해야 한다면 더 이상 지금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수익이라는 측면이 사실 부담이 되기도 하구요. 수익을 늘리려면 관객을 더 많이 유치해야하고 그렇게 된다면 주말에 한 두 명이라도 더 나와서 홍보도 해야 하고 또한 지금의 순수성을 잃게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흥미로운 일이 될 수 없기에 현재처럼 운영을 지속해야 함께 영화를 즐기고 경험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이러한 영화에 대한 소개와 상영에 대한 자유로운 운영을 통해 더욱 재밌게 이 일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Q 마지막으로 국민*인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옥인동 국민대학교에서 멀지 않아요. 버스 한 번 타면 금방 올 수 있습니다. 외부 음식이 가능하고 꼭 영화를 보지 않아도 내부의 다른 시설들을 자유롭게 구경하실 수 있고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기에 가벼운 마음과 음식이나 음료를 든 무거운 손으로 편하게 놀러오셨으면 합니다. 또한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 혹은 “독립 영화도 한번쯤 시간 내서 보고 싶다.“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면 언제든 그리고 누구든 환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다른 영화관과는 볼 수 없는 마당이 있고 라운지가 있으며 영화도 있고 일상생활에서 사람에 이리저리 치이느라 느끼기 힘들었던 여유가 있습니다. 놀러오세요.
2014년 5월 4일, 11일 두 번에 걸쳐 들른 옥인상영관은 특유의 자유롭고 소박한 분위기와 여유 있는 대화가 함께 했다. 덕분에 취재라는 일을 하면서도 바쁜 일상에서의 작은 힐링을 얻은 듯 했다. 때문에 나는 생각한다. 기사 내용에서도 한 번 언급했듯 정신없이 바빠서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사람에게 치이고 또 치이기도 하는 이러한 일상생활속의 국민*인에게 한 번쯤 이런 일상 속에서 벗어나 조금은 새롭고 낯선, 하지만 마음이 편안한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굳이 먼 장소를 떠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며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소소한 영화관을 찾아가는 것에 여행이라는 말을 붙인다면 그것이 곧 자신만의 여행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번 주말에 한 번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