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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FF MAGAZINE] FAST FRONTIER 이지별

 



 

 

 

뉴욕 여행을 떠나기 전날, 동네 서점에 들러 론니 플래닛(Lonely Planet)을 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다는 설렘과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뻔한 두려움으로 여행에 참조할 만한 책이 필요했다. 숙소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려고 본 지하철 노선도가 화근이었다. 형형색색의 노선들과 눈에 들어오지 않는 역 명은 ‘뉴욕’에 대한 두려움을 배가시켰다. 다들 구글 맵스(Google Maps)로 찾으면 된다고 했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으니 결국 여행서라도 손에 꼭 쥐고 가야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뉴욕에 가서 2-3일 적응하다 보니, 목적지를 구글 맵스로 검색해 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검색을 통해 주변 지하철 역과 골목길을 대강 그려 나가거나, 지도를 파일로 저장해 목적지 주변에서 다시 열어 보기도 했다. 한번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지라, 동네 서점에 들어가 위치를 확인하니 본인도 잘 모르겠다며 구글 맵스로 검색해 알려주기도 했다. 어찌 보면 간편한 책자와 지도로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면, 구글 맵스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굳이 구글 맵스의 기능과 그 편리함을 말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구글에 대한 연모와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구글에 한국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지별(Ji Lee)은 올해 9월 상상마당에서 열린 전시 <실험실 02: 도시 피크닉> 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몇몇 블로그에서 찾은 그에 대한 정보는 작업 자체에 대한 내용 보다는 다들 자신의 롤 모델로 삼고 싶다는 뭐 그런 것들이었다. 이지별은 '버블 프로젝트'(The Bubble Project)'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렸다. 시각적 쓰레기를 양산하는 거대 기업의 광고들, 지나치게 상업적인 색채로 물들어진 도시에 대한 반발로, ‘말풍선’모양의 스티커를 만들어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배포, 도시 곳곳에 부착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원하는 글을 담아내도록 했다.

고향을 떠나 여행하면서 얻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세계에 대한 경험 보다는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얻는 감흥인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이지별과의 만남은 여행의 활력이 되었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결국 이번 뉴욕 여행에서 이지별을 만났고, 그와 나눈 작업과 회사,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구정연 (이하 구) : 한국에서 태어나 브라질로 이민을 가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파슨스디자인스쿨(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에서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지별(이하 지) : 서울에서 태어나 10살 때 브라질로 떠났고, 그곳에서 9년을 살았다. 뉴욕과 브라질은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서울과 브라질은 매우 달랐고, 다가왔던 문화적 충격도 컸다.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접했으니 말이다. 미술은 어려서부터 좋아했고, 집에서 이를 적극 지원해주었다. 처음에는 순수미술로 시작했다. 그런데 순수미술에 대한 전망도 불확실하거니와 자체 커리큘럼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더욱이 부모님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았던 터라, 결국 커뮤니케이션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꾸게 되었다.
 

구 : 대학 졸업 후의 활동이 궁금하다.

 

지 : 지금 구글(Google)에서 일한 지 일년 반 정도 되었다. 이전에는 디자인회사나 광고회사에서 일을 했다. 뉴욕은 일하기에 좋은 곳이다. 좋은 회사가 많고, 그만큼 기회가 있다. 처음에는 디자인회사에서 시작했다. 주로 로고 디자인, 애뉴얼 리포트, 브로셔, 책 작업을 했는데, 점차 아이디어와 컨셉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 알다시피 디자인이란게 컨셉 없이도 가능한 일이다. 반면 광고에서 컨셉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개인 작업이 뉴욕타임즈에 소개되었고, 그 인연으로 다른 회사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라는 광고회사였다.
 
구 : 아무리 광고회사일 지라도 본인이 원하는 컨셉이나 아이디어가 다 반영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지 : 물론 많았다. 큰 기업이었고 유명한 회사였지만, 클라이언트도, 조직도 보수적이었다. 4년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회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개인적인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버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회사일과 병행하면서 자비를 털어 혼자서 제작하고 진행했다.

 

구 : 회사에선 그런 개인적인 프로젝트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가.


지 : 나중에 말을 하긴 했으나, 회사에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버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두 가지 계기는 먼저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재미가 없었고, 내가 추천한 아이디어가 제대로 구현이 안 되었다는 점. 그리고 뉴욕에 사는 사람으로서 광고가 너무 많았기에, 광고제작자로서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다. 한국에는 간판이 많은데, 이 모든 게 어찌 보면 시각적인 공해이다. 뉴욕 시민으로서 그러한 광고를 보는 게 싫었다. <버블 프로젝트>는 혼자서 작업했지만 오픈 프로젝트로, 템플릿을 만들어 다른 이들이 그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나의 플랫폼이고, 개인 작업이지만 동시에 협업에 기반한 작업이라 볼 수 있다.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어제도 그리스에서 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메일을 받았다.
 

구 : 순수미술을 전공하다가 디자인으로 전향을 한 이유는 크리에이티브 한 측면, 즉 아이디어와 콘셉트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순수미술이란 게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긴 하나, 다른 측면에서 볼 때 디자인보다 더 큰 자유를 확보할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 : 순수미술의 경우 매우 제한된 관객을 가지고 있다.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관객층 자체가 여유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게다가 요즘 성공하는 작가들을 보면 상당히 트렌디한 것을 추구하는데, 오히려 패션 쪽에 가까운 것 같다. 나 자신도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추구하는 아트는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라고 본다. ‘스트리트 아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퍼블릭하고 민주적이며, 갤러리나 미술관의 정책에 구애 받지를 않아서이다. 물론 그런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좋아한다. 그리고 디자인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보다도 테크닉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 물론 회화나 조각도 할 수야 있겠지만, 타이포그래피나 웹 등의 디자인 작업은 새로운 툴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었다.
 


 

구 : 광고회사를 거쳐 현재는 구글에 다니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위치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생각하는가?


지 : 우선 구글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가 크다. 동료들 역시 배울 만한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좋은 회사를 많이 경험했으니 그 점에 대해선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긴다. 커리어에 대한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개인 프로젝트와 회사(프로페셔널) 프로젝트를 어떻게 병행하는가’ 이다. 개인 프로젝트와 회사 프로젝트는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찾아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다. 우선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 회사 일에도 100% 몰입해야 하고, 동시에 개인 작업도 지속시켜야 한다. 또한 동료들에게 내가 이 두 세계의 균형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설득시키고 확인시켜줘야 한다.
예를 들면 <버블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드로가5’(DROGA5)라는 광고대행사와 현재의 구글 등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회사를 경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개인 작업들을 많이 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들도 내가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 강연, 컨퍼런스 등에 초청을 받아 개인 프로젝트를 비롯해 구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이 두 세계가 많이 뒤섞인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항상 학생들에게 개인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디자인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에야 그게 가능하지만, 사회에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쉽지 않다. 생업에 매달리는 반면 그에 따르는 처우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야근도 많고.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사람들도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는다. 답은 간단하다. 개인 작업을 하면 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라 즐겁고, 그 일로 좋은 회사에 갈 수도 있다.

 

 

구 :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들 개인 작업에 투자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일이나 개인 작업이냐 이 두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는데, 정말 현실적으로 두 가지를 하기엔 역부족이다.

 

지 :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것이고, 어떻게 보면 쉬울 수 있다. 나 역시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한적도 있지만, 역으로 회사를 통해서 얻는 이점을 따져봐야 한다. 먼저 사람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는 것. 구글의 경우, 워낙 큰 기업이니 기회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다.
시간도 없고, 회사에서 눈치 보이고, 금전적 여유도 없다.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 시간이란 것은 개념이다. 정말 자기가 원한다면 시간은 있기 마련이다. 보면 항상 술 마시고 노래방 갈 시간은 있지 않은가. 시간은 자기가 만드는 것이다. 진짜 좋은 일을 하게 되면 회사한테도 도움이 되는데 모두 겁을 내는 것이다. 디자이너를 비롯해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을 현실화시키냐의 문제이다.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구 : 작년 뉴 뮤지엄(NEW MUSEUM)의 런칭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도시의 다양한 상황에 개입해서 매우 창조적인 브랜딩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젝트에 대해서 말해달라.

 

지 : ‘드로가5’에서 일할 때 만든 작업이다. 이 작업이야 말로 가장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버블 프로젝트>에서 배운 부분을 많이 적용시킨 작업이었다. 다분히 상업적인 프로젝트였지만, 개인 프로젝트와 연계시켜 작업했다. 뉴 뮤지엄이 새로운 빌딩으로 오픈을 했고, 그 건물은 일본인 건축가가 지은 것이었다. 마치 박스를 겹쳐 놓은 것처럼 말이다. 당시 이 프로젝트는 뉴 비즈니스 피칭(공모)이었고, 내가 맡은 역할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 뉴 뮤지엄 방문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빌딩이었다. 건축물 자체가 이목을 많이 끌었고 실루엣 자체도 예쁘기 때문에, 실루엣에서 착안해 아이디어를 냈다.

<버블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운 것은 ‘하이재킹’의 파워였다. 마치 테러리스트가 비행기를 납치하듯이 말이다. 나는 혼자였고 돈도 없었다. 도시에 널린 수많은 광고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버블을 사용해 광고를 납치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뉴 뮤지엄 프로젝트 역시 건물 실루엣을 이용해 납치하듯 유명 광고 포스터에 붙였다. 예를 들어 아이팟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광고, 그리고 캘빈 클라인의 대형 빌보드에 말이다. 빌보드를 살 만한 예산이 없었기 때문에, 캘빈 클라인을 방문해 컬레버레이션을 하자고 제안했고 그 외의 길거리 광고는 그냥 다 붙였다.

빌보드 작업의 경우 피드백이 대단했다. 나는 다소 모호한 작업을 좋아하는데, 캘빈 클라인의 빌보드 작업이 그러했다. 사람들은 그게 왜 붙어있는 지를 궁금해 했고, 2주간 이 작업에 대한 글들이 블로그에 올라왔다. 광고는 광고주가 아니라 그걸 본 이들이 말하는 때가 좋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다.

 

 

구 : 디자이너로서 개인 작업과 상업 프로젝트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지 : 매우 긍정적이다. 대부분이 구글을 검색 사이트로 보고 있는데, 구글은 지메일(Gmail), 구글 맵스(Google Maps), 피카사(Picasa), 구글 크롬(Google Crome) 등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이 오픈 소스이고, 사람들 마음대로 사용이 가능하다. 결국 구글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내 작업 역시 다른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개인적으로 만든 작업이 구글에서 적용될 수 있는데, 3개월 전 런칭한 가 그러한 예이다. 구글맵스는 주로 위치와 방향 확인에 많이 쓰이는데, 이번에는 지도뿐만 아니라 특정 공간을 그 지도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단순히 위치뿐만 아니라 지도 자체에 검색기능을 추가했고, 그 공간에 대해 사람들이 코멘트와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서 뉴욕, 파리, 런던 등 몇몇 도시의 유명 인사들을 (앨 고어(Al Gore), 마야 린(Maya Lin),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요요마(Yo-Yo Ma) 등) 초청해 자신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의 지도를 만들게 했다. 뉴욕의 경우,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자신이 좋아하는 레스토랑 리스트를 만들었고, 우리는 그 공간에 핀을 달아 표시해 주었다. 이런 식으로 개인 관심사가 회사 프로젝트와 연결될 수 있다.

 


 

구 : 현재 구글이라는 세계적이면서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진 IT 리딩 컴패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하고 있는데 거기서 어떤 롤을 맡고 있는지, 또 구글이 추구하는 비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지 : 구글은 엔지니어가 만든 회사이고, 엔지니어가 가장 많은 곳이다. 따라서 제품을 잘 만드는 곳이다. 구글은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사람들은 그 기능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나의 역할은 그런 제품을 알리기 위해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지에 대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개별 제품에 대한 브랜딩 작업이라 생각하면 된다.
구글의 비전은 나의 비전과 많은 면에서 일치한다.‘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구글 대표는“Make good things matter”라고 딱 잘라 말한 적이 있다. 좋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바로 이게 구글의 비전이다.
대부분의 광고는 쓸모가 없다.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광고나 제품을 만들더라도 이게 과연 도움이 되는 지를 고민한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면서 수익이 발생하면 더욱 좋은 일이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구 : 현재 진행중인 작업을 말해달라.

 

지 : 구글 검색에 대한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주전 한국에 갔을 때, <서꺼>(Suggu) 라는 한글과 로마어를 섞어 만든 알파벳과 웹사이트를 소개했다. 한국 블로그를 통해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고, 이 폰트의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 외 <굴러리>(Goollery)라고 ‘구글’과 ‘갤러리’를 합쳐 만든 독립 프로젝트가 있다. 구글의 공식 프로젝트는 아니다. 구글이 제공하는 오픈소스와 툴에 기반해 전 세계 사용자가 자유롭게 만든 작업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갤러리이다. 구글의 무료 다운로드 툴과 API 등을 지원하는데, 그걸 해킹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만들 수 있다. 만약 전 세계의 스트리트 아트 맵을 만들고 싶다면, 구글맵스의 API를 사용하면 쉽게 할 수 있다. 다른 프로젝트로는 가 있다. 단어에 있는 글자를 이용해, 단어의 뜻을 시각화시키는 작업이다. 이것은 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할 때 숙제로 받은 프로젝트였다. 5개쯤 해오라고 했는데, 하다보니 재미가 있어서 18년 동안 계속해왔다. 그래서 100개쯤을 모아서 책으로 출판할 생각이다.
 

구 : 최근에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서울이란 도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가.

 

지 : 22년 만에 간 것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다 보니, 한국에 항상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디자인과 문화도 궁금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회가 오질 않았다. <버블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뜻하지 않게 곳곳에서 많이 소개가 되었지만 한국에선 다들 잘 모르고 있었다. 네이버를 검색해 보니 거의 아무것도 나오질 않았다.
먼저 한국인들 만을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떠난 지가 매우 오래되어서, 한국 사람들만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상당히 발전해 있었고, 하이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뉴욕과 달리 지하철에서 핸드폰 통화가 가능했다. 뉴요커들보다 한국인들이 외모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아쉬운 점 이라면, 한국 문화는 상대적으로 고립적인 것 같다. 한국 안에서만 산다고 할까. 어찌 보면 그게 한국 문화의 특징일 수도 있는데. 이런 인상은 굳이 서울에서 받았다기 보다는 뉴욕에서 만난 한국인들로부터 받은 것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한국 학생들을 많이 만나는데 항상 자기네들끼리만 어울려 다닌다. 보다 창의적인 디자이너나 아티스트가 되려면, 다양한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한국 학생들에게 아쉬웠다. 나 역시 브라질을 거쳐 뉴욕에 오기까지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서울에서 봤던 스트리트 아트를 봐도 알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보지 못했다. 외국의 것을 그대로 카피했다는 느낌이었다. 진짜 스트리트 아트란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하는 것인데, 한국에선 스타일만으로 작업하는 것 같다. 아이디어는 부재했고, 스타일만 카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Contact to Ji Lee

이지별 개인 홈페이지 http://pleaseenjoy.com
버블 프로젝트 http://thebubbleproject.com

취재_구정연 (미디어버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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