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 엔은 언제나 향긋한 빵내음이 가득하다. 매장은 작지만 오히려 그래서 따뜻하고 포근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세련되고 말쑥한 정장이라면 플레이스엔은 실로 직접 짠 스웨터다. 빵 하나하나에도 만든이의 소박하고 정성스런 손길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플레이스 엔이 주는 특별함은 바로 오너쉐프인 권은아 동문(가정교육 94)에서부터 시작된다. 학부에서 가정교육을 전공하고 대학원 식품영양학과까지 함께한 그녀와 국민대와의 인연은 플레이스 엔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오늘 하루도 후배 국민인을 위한 맛있는 빵을 만들고 있을 권은아 동문에게 물었다. 플레이스 엔의 모든 것!
권은아 동문
국민대학교 가정교육과, 동 대학원 식품영양학과 졸업
나폴레옹 과자점, 한국제과학교 근무
*2003 제 11회 서울 국제 빵과자 경진대회 양과자(프띠가또) 최우수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2006 서울특별시 기능경기 대회 공로상 (서울특별시 기능경기위원회 위원장상)
제과제빵사가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원래 빵을 엄청나게 좋아해요. 그런데 제가 학부생일 때는 교내에 베이커리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전철역 인근의 제과점에 거의 출석 도장을 찍다시피 했어요. 그런 저에게 친구들이 차라리 제과점 차리라고 장난삼아 말하곤 했는데, 저는 나름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거죠. 졸업하고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았지만 바로 제과학교에 입학해서 빵을 배웠어요.
실제로 제빵기술을 배워보니 어떠셨나요?
아기 엉덩이 같이 보들보들한 반죽으로 빵을 만드는 느낌이 너무 좋았고, 내가 만든 빵을 남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한참 멋내고 다닐 20대 중반에 ‘이뻐졌다’, ‘날씬해졌다’라는 말보다 ‘빵 맛있어졌다’라는 말이 100만 배 더 기분이 좋았답니다. 남들은 매일 만드는 빵 이제는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냐고 하는데, 전 아무리 먹어도 빵이 물리지가 않으니 정말 직업 하나는 끝내주게 골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당일 판매가 원칙이어서 그날 만들어서 판매하고 남은 빵을 푸드뱅크에 보내는데, 이렇게라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습니다.
우리학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셨는데요. 어떠한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품을 개발하고 재료를 선택하고 만드는 일련의 과정들이 기술만 가지고는 사실 어려움이 많아요. 전공 덕분에 비전공자인 제과 기술자에 비해 제품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은 편이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어요. 맛있는 빵은 기술만 가지고도 만들 수 있지만 좋은 빵은 기술과 이론이 접목되어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공 덕분에 제품을 만들 때마다 맛과 영양을 동시에 생각하게 돼요. 가격에 맞춰서 재료의 질을 낮추거나,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되는 좋지 않은 재료 따위를 넣는다거나 할 수 없는 것도 전공자로서의 양심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플레이스 엔과 함께 다시 학교에 돌아온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어떠신가요?
사랑스러운 후배들 보고 있으면 저도 어느새 스무 살로 돌아간 것 같아요. 활기찬 캠퍼스의 기운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이 우리 후배들 순수하고 착하다고 칭찬 많이 해요. 매장에 서서 고객을 응대하는 게 저한테는 아직 서툴고 어색하거든요. 덕분에 불친절하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었는데 요즘은 선배라고 알고들 잘해주는지 플레이스엔 에서는 오히려 학생고객이 더 친절해요. 꼭 내 집 같은 편안함이 있는 학교가 그래서 더 좋네요.
플레이스 엔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이 궁금합니다.
플레이스 엔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첫째는 영양(nutrition)의 N을 따서 영양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웰빙 공간을 만들겠다는 신념이 담긴 이름이고, 둘째는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한(?) 북악인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이름이에요. New Place가 좀 심심한 듯해서 살짝 도치시킨 것이 플레이스 엔이 된 거죠.
다른 베이커리와 차별화되는 플레이스 엔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저희 플레이스 엔에는 신선한 빵류와 샌드위치, 생크림 케익류, 각종 구운 과자들이 있어요. 매일 매일 직접 굽는 제과점 광고 흔히들 보시죠? 연예인들이 주로 광고하는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은 “매일 굽는다”에 심하게 포인트를 두잖아요. 왜냐하면 매일 굽기는 하지만 매일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에요. 본사에서 만들어 대량으로 공급된 빵을 굽기만 하는 거죠. 하지만 저희 플레이스엔 빵은 매일 매일 직접 만들고 직접 굽는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주변의 학생들이 플레이스 엔의 빵이 참 맛있다고 칭찬합니다. 비결이 뭔가요?
일단은 좋은 재료를 써야 해요. 그리고 재료를 아끼지 않아야 하죠. 재료가 덜 들어가면 확실히 맛이 덜하거든요. 저는 잘못 나온 빵은 10개가 되었든 100개가 되었든 아낌없이 버려요. 충분히 팔 수 있는 빵도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버리고요. 똑같은 재료,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맛이 다르거나 모양이 다른 것은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그건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제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빵을 다른 이들도 먹고 똑같이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듬뿍 담아 만드는데 맛없는 빵이 나온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죠.
학생들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플레이스 엔만의 특별한 서비스가 있나요?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후배들을 위한 무료 베이킹 클래스를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하여 실시해 본다든지, 학생들만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하면서 푸짐한 세트메뉴를 개발하는 것과 같이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는 있어요. 후배님들이 좋은 아이디어 좀 내 주세요^^
손님들이 주로 찾는 인기메뉴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아침시간(오전 8시~10시)에 샌드위치와 무료 원두커피를 찾는 고객분들이 가장 많으세요. 크랜베리와 바질이 들어간 잡곡빵 샌드위치가 그중에서도 제일 사랑받는 제품이에요. 또 일반적인 슈크림과 차별화되는 슈켓트슈크림(아몬드와 하겔슈가가 코팅된 슈)이 베스트셀러에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구매하시는 분이 여러분 계실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달콤 쌉싸름한 가나슈크림으로 샌드된 초코샤브레라는 구움과자가 감각적인 먹을거리를 즐기는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죠.
플레이스 엔이 국민인들에게 어떠한 이미지로 다가가기를 원하시나요?
편안함이죠. 내가 좋아하는 빵을 먹으러 오면서 이웃집 누나네 간다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와서 즐긴다면 더 없이 감사합니다. 앞으로 국민인들에게 그런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플레이스엔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지난 1년간 아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2010년에도 저희 플레이스 엔은 진심을 담은 빵이 최상의 서비스라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