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Before I Die, I want to" 일러스트레이터 박빛나 소망을 그리다 | |||
---|---|---|---|
감성을 불어넣은 일러스트로 자그마한 소망을 그려가는 일러스트레이터 박빛나 작가(조형대학 금속공예학과 04). “Before I die, I want to _"라는 소재로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다. 몸소 겪어 본 방황과 고민에서 피어난 그녀의 그림은 이대로 멈춰서야할까 두려움 쌓여있는 발걸음에 조금이나마 무게를 덜어준다. 네이버 그라폴리오 스토리픽 챌린지에 일러스트를 연재하며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기획전에 참여하는 박빛나 작가와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일러스트레이터 박빛나입니다. 제 주 전공이 금속공예지만, 학교를 다닐 때 그쪽에만 한정되어 공부하거나 작업을 하지는 않았어요. 학부 3, 4학년이 되면 유리공예작업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이 수업들도 빠짐없이 열심히 들었거든요. 거기에 의상디자인을 부전공으로 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이 분야, 저 분야 공부를 하고도 졸업을 해서는 막상 웹디자이너로 일을 했어요(웃음). 생산 분야에도 잠깐 참여했고, 브랜딩 디자인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쳐서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고요. 어떻게 보면 지난 경력 중에 일러스트 작업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웃음).
Q. 금속 공예를 전공했는데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할 생각을 하셨나요? 그냥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게 좋았어요. 그게 결정적으로 미술대학에 진학을 하게 된 계기구요. 전공이 금속공예로 입학을 하고 다른 전공 수업도 많이 들어봤기에 다양한 작업을 몸소 해봤어요. 그런데도 순수하게 마음 속으로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던 거죠. 그렇다고 회사에 들어가서 디자인을 하는 일이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고, 제가 한 디자인으로 상품이 제작된다는 게 뿌듯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위에서 결정한 부분을 토대로 저는 디자인만, 기술적으로만 일을 하는 것 같아서 뭔가 부족함을 느꼈어요. 그렇게 제 스스로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결심이 조금씩 쌓이고 쌓였던 것 같아요. 본격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예요.
Q. 어떤 주제로 일러스트 작업을 하시나요? 네이버 그라폴리오 스토리픽에 “Before I die, I want to _"라는 주제로 일러스트 연재를 하고 있어요. 이 주제는 연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제가 관심이 많았기에 꼭 작업으로 표현하고 싶던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는 했는데 어디서 무엇을 할지 정확한 갈피를 잡지는 못 하겠더라고요.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그래도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게 ‘Before I Die’인 거죠. 막막한 상황에서 제 그림을 보고 ‘용기를 내겠다’라는 피드백을 주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반응을 보면 정말로 계속해서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재를 시작하면서 외주 작업을 하고 외부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 "키다리 눈사람" by 박빛나
Q. 그림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 특별히 염두에 두시거나 나름의 원칙이 있다면요? 일러스트의 소재는 버킷 리스트 아이디어로써 저의 사리사욕을 풀어내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어요(웃음). 그렇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는 그림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해요. 영화를 보기도 하고, 리서치를 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얘기해주는 것에 귀를 기울이기도 해요. 실제로 얼마 전에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독자 분들의 버킷 리스트 응모를 받아 작업을 했어요. ‘이걸 해볼까’하고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그림을 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 줄 수 있도록 말이에요. 뿐만 아니라 제 키보다 큰 눈사람을 만들어 보는 것, 친구나 가족에게 목도리를 만들어 선물하는 것 등 사소하지만 소중한 소망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아해요. 대신 희망 보다는 욕망에 가까운 것, 자신의 만족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 하는 것은 배제하려 하고 있어요.
Q. 최근의 전시회 <여행을 나누는 기술 展>의 박빛나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일러스트에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점도 이목을 끌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번의 코아프로젝트(COA PROJECT)에는 워낙 실력이 출중하고 인지도가 있는 작가 분들이 많이 참여를 하셔서 상대적으로 저의 지금까지의 일러스트 경력은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대신 저는 일러스트레이터로써 활동하기 전에 금속공예, 유리공예, 의상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인, 3D 제작, 회사 업무 등 다양한 실무 경험도 있었기에 이러한 저의 강점을 기획단에서 잘 봐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이 경력들이 일러스트 작업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프로젝트 기획 의도가 작가들 간의 협업이었기에 이 부분에서는 충분히 일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던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베링기스의 밤’은 제가 그림을 그리고 신규빈, 남상철 두 미디어아티스트로 구성된 ‘신남전기’의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을 접목시킨 작품이에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밤 해변을 작가 분들과 산책하다 별똥별이 쏟아지는 경치를 표현했어요.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친 행운 같은 순간과 함께한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나누고 싶었어요. 누구나 여행하면서 느꼈을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잘 느껴졌을지 모르겠네요(웃음).
제가 버킷 리스트를 소재로 작업하는 것도 조금은 안타까운 현실적인 문제가 반영돼 있어요. ‘나는 a과를 전공 했으니 a과와 관련된 일을 해야 해!’ 혹은 ‘나는 대학을 나왔으니 대기업에 가서 고액 연봉을 받아야 해!’라고 스스로 제약하는 추세가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굉장히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어요. 졸업한 전공과는 관련이 없는, 구체적인 비전이나 길이 보이지 않은 깜깜한 그림 작업. 앞으로의 경력에 도움이 될지도 확실치 않았죠. 당장의 다음 달, 다음 주가 걱정됐지만, 내가 좋아하니까 일단 가보자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걸어갔어요. 그런 어려웠던 시간을 1년, 2년 붙았잡더니, 지금은 조금씩 그 성과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중인 것 같아요. 쓸모없을 것 같았던 도전이 나중에 5년, 10년 지나고 나서 보니까 아예 필요가 없었던 것은 아니더라고요. 사소한 경력이 조금씩 쌓여 나중에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뒷받침이 될 수 있거든요. 사실 지금도 일러스트레이터가 제 커리어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학부 때 사용하던 공구, 톱, 망치가 아직도 집에 있어요. 당분간은 그림을 그릴 것 같지만, 기회가 되면 금속공예, 유리공예를 접목시킨 작품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사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현실과 상황에 둘러싸여 내면이 내는 목소리에 애써 귀를 막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는 없겠지만, 사소해 보이는 자그마한 소망의 끈을 차근차근 따라가 보자. 약간은 돌아갈지언정 틀린 길은 없을 것이다. 박빛나 작가의 걸음처럼 어지럽게 찍어놓은 발자국 같은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그 흔적 하나하나가 모여 큰 그림을 그려줄 것이다.
[박빛나 작가 프로필] 일러스트레이터 박빛나 작가의 일러스트를 더 감상하고 싶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