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아래 좁다랗게 자리 잡은 매대.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공예 목걸이들을 보며 구매 욕구를 억지로 억누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충동구매를 하면 안 될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매대를 지나쳤는데 집에 와보니 그 공예 목걸이의 영롱한 반짝임이 계속 아른거리는 게 아닌가. 다음 날, 목걸이를 사리라 마음먹고 세 번씩이나 환승해가며 힘들게 똑같은 장소에 가보니 그날은 매대가 차려져 있지 않았다. 이렇듯 공예 작품들과 공예 작가들을 만나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불편함과 문제점들을 앞장서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기업 '낭자'가 크래빌리(Crabily) 온라인 공예 플랫폼을 내놓았다. 그럼 지금부터 차민승 대표(조형대학 도자공예학과 13)와 함께 낭자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낭자’라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원래 낭자는 처음에는 도자공예학과 소모임에서 출발했습니다. ‘낭만 도자’의 줄임말로 ‘낭자’라는 이름을 짓고 우리의 관심사와 재능을 공유하기 위해 벽화, 전시, 공예체험 등의 활동들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기회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활동과 기회가 지속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지금의 스타트업 낭자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낭자의 인원들 서로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키워드가 ‘낭만’이라고 생각하여 지금의 낭자는 ‘낭만을 가진 자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확장되었습니다. 2014년에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이 되었고, 현재 낭자의 주된 사업은 크래빌리(Crabily) 서비스입니다. 올해 9월부터 크래빌리 서비스가 시작되어 지금은 크래빌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낭자를 딱 정리해서 말씀 드리자면, 낭자는 문화예술 프로젝트 창의 집단으로 우리가 만들 내일을 기대하고, 꿈꾸는 오늘이 즐거운 그런 단체입니다.
Q. 낭자의 ‘크래빌리(Crabily)’는 정확히 어떤 서비스인가요?
크래빌리(Crabily)는 Craft becomes daily라는 문장을 줄여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공예, 일상이 되다.’라는 뜻인데, 크래빌리 서비스에 대해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바로 온라인 공예 판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이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녔던 기존의 오프라인 공예 시장의 문제점을 극복하여, 온라인에서 작가와 소비자가 서로 소통하며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크래빌리 서비스의 주된 목적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가들은 자신들의 공예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고, 고객들은 그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마음에 드는 공예품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 크래빌리는 하나의 작품들마다 담긴 공예의 가치를 전달하려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하나의 공예품에도 그 공예품을 만든 작가의 어떤 생각과 과정이 들어갔는지 전달합니다.
Q. 공예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공예, 일상이 되다.’라는 이름의 뜻에서도 눈치채셨을 수도 있겠지만 바로 ‘공예의 대중화’가 낭자와 크래빌리의 가장 중심이 되는 목표점입니다. 아직까지는 대중들에게 공예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잘 전달되어 있지 않고, 또 대중들에게 공예품과 공산품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게 지금의 공예의 가장 큰 한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예라는 것이 뭔가 낯설고 어려운 분야로 이해되고 있는 실정인데, 사실 공예라는 건 절대 어렵지 않고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분야입니다. 공예품 하나하나의 스토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듣는다면 공예라는 것이 무척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Q. 그렇다면 크래빌리가 추구하는 ‘공예’란 무엇일까요?
공예는 나만의 생각과 가치관을 시각화하여 표현해 낼 수 있는 예술 행위입니다. 물론 모든 예술이 그렇겠지만 다른 특히나 공예가 다른 예술과 차이를 가질 수 있는 점은 바로 실용적인 쓰임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쓰임’이라는 의미는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음식은 담는 예쁜 접시의 쓰임이 될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물 마실 때 사용하는 예쁜 물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쓰임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우리는 공예를 사람들의 일상으로 집중시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낭자와 크래빌리가 추구하는 공예는 바로 ‘예술과 일상이 맞닿아 있는 공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공예가 뭘까?’하면서 우리에게 계속해서 의문을 던지며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예술 활동을 하는 경험들을 창업을 통해 계속 이어가고 싶었던 차민승 대표는 학교의 각종 창업 지원 활동들을 활용하며 스타트업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Q. 그런데 공예를 알리는 길이 창업을 하는 것 외에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알리거나 이외에도 다른 여러 길이 있었을 것도 같은데 어떻게, 어떤 이유로 창업을 하시게 되었나요?
먼저 제가 저만의 사업을 하기 위해서 창업을 하게 된 것은 아니에요. 제가 학부 생활을 하며 고민하고 생각해오던 것을 이루기에 창업이라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이 되어서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앞서 말씀드렸던 기존의 공예 플랫폼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의 해결방안이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수많은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순 없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우선적인 해답이 창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며 일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고, 각자의 역량들이 모여서 더욱 크게 발휘되는 것에 큰 매력을 느껴서 창업을 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창업을 하면서 저도 많이 성장하게 되고,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정말 많아요. 창업이라는 분야는 정말 더 배워보고 싶은 분야인 것 같습니다.
Q. 그래도 창업이라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은데, 창업에 있어서 학교의 도움을 많이 받으신 거 같아요.
네, 정말 자신 있게 우리 학교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교의 도움과 여러 지원이 없었다면 낭자가 지금 자리까지 잡는 것도 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국민대학교가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여러 부분에서 창업에 대한 각종 지원이 많아졌는데, 정말 다행히도 낭자가 선정되어 그런 창업에 대한 학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가장 부족한 점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창업지원단에서 많은 준비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방향성을 제시해줍니다. 특히, 저는 창업 선배님이시자 창업지원단장님이신 김도현 교수님이 열정적으로 이끌어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보육 센터에서 사무실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지금의 사무실도 부담 없이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흐름을 정말 잘 타서 이런저런 지원도 많이 받고 전문적인 창업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더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낭자의 사무실 곳곳에는 의지를 북돋우는 문구들이 붙어 있었다.
Q. 낭자의 사무실을 둘러보니 문구들이 여기저기에 정말 많이 붙어있네요!
제가 이런 문구들을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에 이런 문구들을 붙여놓고 지나치다가 봤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항상 제 자신에게도, 팀원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해서 사무실 이곳저곳에 붙여놨어요.
Q. 낭자의 사무실도, 팀원들의 분위기도 모두 활기찬 거 같은데, 낭자 구성원들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낭자의 팀원들은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재능을 가지고 있는 팀원들입니다! 많이들 공예를 다룬다고 하면 공예 전공자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경영대, 사회과학대, 예술대 등 정말 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대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 출신도 있구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고, 표현 방식이나 생각하는 것들이 같은 소재에 있어서도 다양한 많은 표현들로 이야기가 오고 가서 하나의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가 예상과는 다르게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공예라는 분야에 많은 시각들을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제가 사람 복이 타고난 덕분이 아닌가 하고 항상 생각합니다.(웃음)
▲낭자 회의를 촬영하던 중 발견하게 된 위 지도는 크래빌리와 함께 할 작가들을 만날 때마다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차민승 대표는 곧 스티커가 빼곡히 채워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Q. 마음 맞는 낭자의 구성원들과 함께 꾸려갈 낭자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크래빌리의 작가 300분들을 일일이 다 만나 뵈어 낭자가 생각했던 문제점들에 대해 같이 고민도 해보고 함께 공예의 가치를 발굴해내는 일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공예의 가치를 끊임없이 찾아내는 일에 열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석을 다듬어야 보석이 되는 것처럼 공예의 가치를 찾아 계속해서 공예를 다듬으면서 숨어있는 공예의 가치들을 찾아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확장되어 공예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가치를 찾는 일까지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국민*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창업을 하는 것에는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하기에 앞서 자신감도 많이 부족하고 쉽지 않은 일들이 무수히 많겠지만 정말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에만 그치지 말고 실행에 바로 옮기면서 부딪혀가며 직접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조언과 경험을 많이 얻으세요. 주변에 경험을 공유할 사람을 찾기 힘들다면 저를 찾아오셔도 좋습니다. 창업에 있어서 학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 정신의 가치들을 떠올리며 진행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장점이 창업에 있어 예상치 못 했던 큰 원동력이 되어줄 것입니다.
"스타트업이란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모인 팀원들입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는 당신의 아이디어가 미친 계획이기 때문에 절대 실현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해낼 수 있단 걸 당신 스스로는 알고 있죠." 혹자는 스타트업 기업의 정의를 이렇게 말하였다. 이 정의가 낭자에게 적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보았다. 아직은 문화예술이 척박한 이 땅에 공예의 일상화, 더 나아가 문화예술의 대중화까지 이루기 위해 오늘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나누는 낭자. 그들의 낭만 가득한 계획이 실현되어 문화와 예술이 꽃피워 풍요로워진 우리 사회를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낭자 : https://www.facebook.com/NangJa13
크래빌리 : http://www.crab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