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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직업의 세계]작품 속 투명함에 깃든 작은 세상, 유리공예작가 장민호(디자인대학원 00 동문)

 

유리는 그릇, 컵, 액자, 자동차 등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서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금속, 나무처럼 다양한 재료와 함께 실용적인 기능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유리는 그의 고유의 특성을 이용한 예술에 활용될 수 있다. 바로 투명함이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유리마을에서 전임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장민호 작가(디자인대학원 00 동문)는 유리의 투명함을 이용해 자신만의 세계를 작품에 담아낸다. 서울, 대전, 일본 등에서 작품전을 열고, 수십 회의 공모전에도 참가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다. 조그마한 자신의 세상을 작품 속에 표현하지만, 점점 더 그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장민호 작가. 지금부터 장민호 작가와 함께 유리공예의 아름다움을 감상해보도록 하자.

 

▲ 1. '강원도민일보'에 실린 장민호 작가의 사진 2. Black Diamond(Dogye glass, 2014)

 

Q. 유리공예작가에 대해 알려주세요! 
유리를 재료로 실용성과 조형미를 갖춘 유리공예품을 만드는 직업이 유리공예작가입니다. 저는 유리공예작가로서 도계유리마을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서울, 대전에서 4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50여회의 단체 기획전에 출품하였습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 초대작가와 한국유리조형공모전 최우수상, 강원도 공예대전 동상, 대한민국 공예대전 특선 등 다수의 공모전에 입상하였습니다.

Q. 유리공예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유리라는 재료에 대해 잘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 전공은 시각 디자인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하얀 도화지 위에 뭔가를 표현하는 방법밖에 배우질 못했습니다. 이쪽에서 볼 수 있고, 반대편에서도 볼 수 있는 입체적인 재료로 작품을 만들어보길 바라게 됐죠. 투명성을 가진 유리 재료를 통해 대중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즉 유리는 사람 안에 있는 내면을 표현할 수도 있고, 겉모습을 통해 그 내면을 볼 수 있는 투명함과 같다고 봅니다. 이런 유리만의 특성에 매료되어 유리공예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도계유리마을 체험센터 외부 모습(좌상), 체험센터 내부 모습(좌하), 마을의 마스코트 브라우니(우)


Q. 현재 도계유리마을에서 작품을 만드신다고 하셨는데요, 이곳에 대한 소개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계유리마을은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 위치해 있는 탄광지역입니다. 한때는 석탄을 캐기 위한 채광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됐었고 이 지역의 주요 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광산이 폐광돼 이를 대체할 사업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석탄폐석 및 선탄경석에 포함돼 있는 성분을 활용하여 유리원료와 세라믹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삼척유리특성화사업단’이 조성됐습니다. 즉 폐자원을 활용한 대체산업으로 지역산업 성장과 유리미술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유리공예를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체험센터에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Q. 다른 조형과 비교해 유리공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리는 우리가 평상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 제품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공예 재료입니다. 거기에 유리의 투명성과 화려함은 타 재료가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투명하지만 필요에 따라 불투명하게, 특별한 색을 넣을 수 있고, 아름다운 광택을 넣어 화려하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고온에서의 가공을 통해 비교적 자유롭게 성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유리의 고유한 특성으로 다양한 작품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유리공예의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블로잉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장민호 작가.

 

Q. 유리공예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유리공예 기술에 대해을 알려주세요.
유리공예의 기법은 여러 가지인데,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용융된 유리를 성형하는 기법, 둘째로 성형된 유리를 다시 가공하는 기법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첫 번째 기법에 해당하는 블로잉(Blowing)기법을 이용하여 작품을 제작합니다. 유리공예기법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기법으로 유리공예의 꽃이라 할 수 있죠. 블로잉 기업은 용해로에 1200도 이상에서 녹아있는 뜨거운 유리를 대롱에 말아 입으로 불어서 성형하는 것입니다. 붉게 가열된 유리는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상태인데 이때 순간적인 창의성을 발휘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 강원도의 산과 물 등 자연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작품인 산심산유곡(Dogye glass, 2014)

 

Q. 수상작품들에 대한 소개를 간단하게 해주세요.
도계유리마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강원도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화려하거나 과장된 작품을 만들기보다, 유리의 본질적인 특성을 함께 살릴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죠. 최근의 수상작 중 이런 특징을 살린 ‘심산유곡’이라는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싶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컵, 그릇, 접시에 강원도의 산과 물 등 자연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것입니다. 브로잉 기법을 이용하여, 1000도가 넘는 뜨거운 유리표면에 순은을 입히고 또다시 뜨거운 유리를 돌돌 감아서 제작했습니다.

 

▲  1. Draw a Circle01(Dogye glass, 2014) 2.천공(Soda glass, 2002) 3. Draw a Circle02(Dogye glass, 2014)

 

Q. 지금까지 만드신 작품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것은 무엇인가요?
모든 작품이 저에겐 소중하지만, 그중에서 천공이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금속선과의 조합을 통해 유리를 가장 유리답게 표현하였고 제가 말하고 싶었던 커다란 공간에서의 자아를 잘 표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Q. 유리공예작품을 감상할 때 어떤 부분을 특별히 염두에 두고 감상하는 것이 좋을까요?
유리는 타 재료에 비해 제작하기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순간적인 온도 변화에 쉽게 깨지고, 유리 안에 작은 기포나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는 빛의 굴절을 방해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유리재료는 고가여서 작품 하나를 제작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육체적, 정신적 노고를 이해하고 감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블로잉 기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작품에 뜨거운 유리를 덧씌우고 있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커다란 세계 안에는 나만의 작은 세상이 존재하죠. 그리고 세상은 수많은 문들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을 하나씩 열 때 마다 세상의 테두리가 넓어지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문이 열리고 그에 따라 테두리가 조금씩 넓어지면, 언젠가는  나만의 작은 세상이 좁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유리 안에 담아 이곳 도계지역 곳곳에 설치할 수 있는 환경조형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유리공예를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유리공예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유리는 타 재료가 갖기 힘든 투명함, 빛의 반사, 굴절이라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리만의 고유한 특징들을 잘 살릴 수 있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유리공예는 작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많은 기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끈기와 인내로 일을 즐기며 하나씩 배워간다면 나중에 좋은 공예작가가 될 것입니다.

 

 

조그마한 유리공예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열을 이겨낼 인내와 오랜 시간을 작업할 끈기가 필요하다. 유리공예작가들은 이처럼 힘겨운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면서, 그 안에 어떤 의미를 담아낼지,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완성된 유리공예작품의 시각적 아름다움, 그리고 작가의 메시지를 읽어낸다면 혹은 적절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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