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교수님이 들려주시는 국민대 꽃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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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관 앞길에, 용두리 옆 계단에, 축구 골대의 귀퉁이까지. 예년보다 한 걸음 일찍 다가온 봄이 곳곳에 피었다. 활짝 핀 봄꽃을 따라 국민*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고, 화사한 자태의 꽃송이에 매료되어 교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춘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꽃잎이 흩날릴 때마다 퍼지는 유쾌한 환호성. 생기 넘치는 캠퍼스는 겨우내 그리웠던 봄햇살만큼이나 반갑다. 이토록 따사로운 시간을 선사해준 봄꽃을 조금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지난 가을 함께 길을 걸으며 국민대의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김은식 교수님과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요즘 날씨가 워낙 좋아서 산행을 자주 다니고 있답니다. 혼자서도 가지만 학생들과 같이 산으로 들로 꽃구경을 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식물에 대해 잘 알려면 글로 접하기보단 직접 보고 만지는 것이 좋기 때문이지요. 학생들이 바쁜 일상에 치여 이 좋은 풍경을 그냥 놓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요. 심신의 안정을 찾기에 꽃만큼 좋은 매개체가 또 있을까요. 산림학 수업을 듣지 않은 국민*인들도 식물에 호기심을 갖고 가까이 하길 권유합니다. 그럼 오늘도 여러 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지요."
• 식물명 : 벚나무
경상관 앞은 매년 봄마다 새하얀 카펫이 깔린다. 한 줄기 바람이라도 스치면 꽃잎들이 군무를 추는 듯 소용돌이친다. 새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흰 꽃은 그야말로 봄 풍경의 진수라 하겠다. 꽃이 먼저 활짝 피고 1~2주에 걸친 개화기를 지나 떨어지면 그제야 초록잎이 돋아난다. 때문에 보기에 한결 깔끔해서 가로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문의 오르막길과 예술관 2층 입구에는 앵두나무가 몇 그루 심어져있는데 꽃의 모양새며 색이 벚꽃과 비슷해서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앵두나무는 벚나무에 비해 훨씬 키가 작고 5월 말이면 빨간 앵두가 열린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 식물명 : 개나리
'개나리 노란 꽃그늘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나리 개나리~입에따다물고요 병아리떼쫑쫑쫑~ 봄나들이 갑니다' 동요에 개나리만큼 자주 등장하는 꽃이 있을까. 그만큼 개나리는 한국인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꽃이다. 전국의 산천초목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고 본래 우리 땅에서 나던 봄꽃의 대표주자 개나리. 본교 공학관 앞 언덕에도 개나리가 한가득 자리하고 있다. 개나리를 자세히 보면 꽃잎들이 서로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꽃이라 한다. 개나리 역시 왕벚나무처럼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난다. 관목 줄기가 땅에서 여러 개씩 한꺼번에 나기 때문에 주로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식물명 : 홍매
북악관의 왼쪽 출구로 향하는 길목에는 그다지 키가 크지 않은 나무가 두어 그루 서 있다. 나무줄기 마디마디에 촘촘히 달린 꽃송이들이 어여쁘다. 연분홍 진분홍 온통 분홍물이 담뿍 들은 이 꽃의 이름은 홍매화로, 평소 식물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이에겐 다소 낯선 꽃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매화는 원예품종으로 개량된 식물, 즉 사람이 관상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식물이기에 자연에서 볼 수 없는 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손을 거쳐 미적 기준에 다분히 부합되게 만들어진 만큼 예쁜 것은 두말할 것 없다. 홍매화의 꽃잎은 여느 꽃들보다 훨씬 많은데 이처럼 겹겹이 쌓인 꽃잎을 만첩이라 하며, 마치 속치마와 겉치마를 고루 입은 한복 치마를 보는 듯하다.
• 식물명 : 진달래
진달래는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사람들에 의해 꺾이거나 잘려도 다시 피어나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예로부터 수없는 전란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끈질기게 살아온 우리 겨레의 기질과 동일시되며 각종 문헌에 등장하는 꽃이기도 하다. 진달래와 닮은꼴로 꼽히는 철쭉보다 조금 이르게 개화하며, 철쭉은 잎 뒤쪽이 끈적거리는 반면 진달래는 끈적임이 없다. 또한 철쭉과 달리 독이 없어 식용으로 쓰인다. 말랑말랑한 찹쌀 반죽에 고운 진달래를 얹은 전통 간식 화전을 맛보면 보기 좋은 꽃이 먹기도 좋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앞서 만나본 꽃들 외에도 실로 다양한 꽃들이 국민대를 싱그러운 봄기운으로 채우고 있다. 민주광장 가운데 오롯이 서 있는 목련은 다소 힘이 없어 보이지만 해마다 탐스러운 꽃을 피워내며 국민*인들의 꽃놀이 친구가 되고 있다. 그로부터 왼쪽 뜰에는 빨갛게 볼을 붉힌 꽃들이 앙증맞은 명자나무가 있다. 보통의 꽃은 꽃받침, 암술, 수술 순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명자꽃은 꽃받침과 수술이 바로 붙어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농구코트 맞은편 뜰의 산수유는 한층 더 특이한 생김새를 자랑한다. 포 안에 작은 꽃 여러 개가 피어나 한 다발로 묶여있다. 이런 모양이 꼭 우산을 닮았다 하여 화서라고 한다. 샛노란 꽃과 대비되는 붉은 과실은 술이나 차로 만들어 먹으며, 피로 회복에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
성급한 만남과 서두른 작별이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내리는 꽃잎을 주워다 한 잎 한 잎 나뭇가지에 다시 붙이고만 싶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시간에 매어있기 마련이다. 다음을 기약하는 데서 오는 설렘도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다. 다만 우리는 이 봄이 아주 달아나기 전에 맘껏 즐기면 된다.
참고문헌 : 문화원형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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