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의 젊은 예술가들이 “만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바로 Artist comics El Dorado의 이야기이다. 예술가들의 만화라는 조금은 특별한 구성을 지닌 이 잡지는 계절마다 나오는 계간잡지로 현재 2013년 창간호를 시작으로 겨울 호를 거쳐 현재 세 번째 잡지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을 하는 이들은 어떠한 계기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표현하게 된 것일까?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l Dorado를 시작한 계기는
다른 만화를 좋아하는 주위의 친한 사람들과 함께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재미있을 것 같다는 단순한 말을 시작으로 추진하게 된 프로젝트였어요. 때문에 처음엔 틈 날 때마다 그려온 짧은 컷들의 만화들이 아닌 그저 완성이 된 만화를 그리는 것이 목표였죠. 창간호를 준비하던 사람들만 해도 다들 만화를 좋아할 뿐 전문적으로 그려본 경험은 없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완성을 첫 번째 목표로 가지게 된 것이죠. 완성이라는 첫 번째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였고 뒤를 이어 겨울 호도 발행이 되었습니다. 천천히 배포가 진행이 되었고 조금씩 저희 잡지에 흥미를 느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진행이 되고 다른 작가들도 모집이 되면서 점차 팀의 규모가 커져나갔습니다. 뿐더러 웹툰 어시스턴트 출신의 전문적인 인력을 시작으로 타 대학교 출신의 작가, 심지어 외국인 작가도 들어오는 등 멤버들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멤버 그 누구도 생각도 못했네요.
저희에게 El Dorado는
첫 번째로 예술가 본인에게 표현의 폭을 넓혀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회화하는 사람에게, 동양화를 그리는 사람에게, 심지어 음악을 하고 무용을 하는 그 어떤 예술가에게도 본인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을 만화라는 다른 장르를 통해 조금 더 다양하고 넓은 표현을 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반대로 만화라는 매체가 누구나 접하기 쉽고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작가의 활동에 대해 소개할 수 있다는 의의도 있습니다. 만화 뒤로 본인의 프로필과 다른 예술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저희가 표현하는 예술과 사람들 간의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장 자유로워야 하는 미술의 현재 상황이 조금은 경직되어 있고 점차 서열화되어 간다고 느껴진 배경에 대한 큰 목표가 있습니다. 이러한 틀을 이 단체에서 만큼은 혹은 이 단체를 시작으로 점차 다른 단체에서도 분위기가 자유로워 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조금 더 자유로운 단체를 만들어 나가고 있죠. 쉽게 표현하자면 작가들이 서열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즐길 수 있는 놀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을 희망한 것이죠.
작가진과 만화를 소개하자면
오제성 - TEN BILLION YEARS OF SOLITUDE
현실적이지 못한 현상들이 벌어지는 배경에서 캐릭터들의 행동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입니다. 예를 들자면 창간호의 1화에서는 너무 과도하게 쓰이는 매체 TV, 인터넷 등이 진짜 사람 간의 교류를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미디어라는 괴수와 싸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유머와 함께 만화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이재익 - Dev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악마들의 이야기입니다. 악마에게 그의 속성의 반대가 되는 정신병을 부여해서 그 악마들끼리의 치고 박고 싸우기도 하고 손을 잡고 음모를 꾸미기도 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만화입니다. 예를 들어 얼음의 악마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매체에서 보이는 얼음의 이미지가 냉철하고 차가운 이미지지만 이의 특성으로 분노조절 장애를 부여했으며 불의 악마는 불의 이미지와 반대로 냉철한 소시오패스를 가진 캐릭터로 표현하는 등 어떠한 속성의 반대가 되는 이면을 꼬아서 보여주고자 합니다.
박다원 - 이구와 나
평범한 동물 카페를 운영하던 평범한 이구아나 사장과 그의 직원들이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다른 사건들을 해결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는 스토리입니다. 그림체의 큰 특징으로는 캐릭터마다 그림체가 다르고 개성이 강한 것입니다. 멋스러운 이구아나를 시작으로 마블스의 히어로와 같은 그림체의 캐릭터, 일본의 미소녀 같은 캐릭터, 상황에 따라 스타일이 계속 달라지는 캐릭터 등 강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을 담은 만화입니다. 이를 한 장르의 만화를 그릴 때 그 그림체를 유지해야 했던 틀을 깬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박민승 - 만화 외적인 부분 담당
만화 외적인 부분의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이사이에 들어간 광고와 부록 혹은 잡지의 표지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의 부분이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한데 그것 때문에 따로 자료를 찾는 다기 보단 평소에 주변에서 봐온 것들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입니다. 예를 들자면 어제 본 영화나 드라마 같은 매체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용해 큰 틀을 잡고 디자인을 작업하기도 하며 친구들과의 만남,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에서도 중심을 잡아나가는 편입니다. 특히 의뢰가 들어온 광고의 경우에는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한 면을 직접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많은 도움을 받는 편입니다.
만화를 그리는 작업은
작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스토리와 그림체를 통해 작가마다의 개성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구상하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고 표현되는 방법도 서로 다릅니다. 오직 수작업 만으로 만화를 완성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컴퓨터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있고 본인이 가진 소품을 이용해 사진으로, 즉 포토툰의 형식으로 만화를 만들어나가는 작가도 있습니다. 수작업으로 진행할 때에는 그림을 마친 후 스캔을 떠서 포토샵으로 마무리 작업 정도를 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며 주로 회색 톤을 없애고 색깔이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이루어져 극명한 대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작업을 합니다. 스토리 구상은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편인 듯합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아무래도 독립예술잡지이다 보니까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큽니다. 금액을 참가자들이 1/n로 부담하고 있어요. 그로 인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컬러로 잡지를 발행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컬러로 출간을 진행하려면 현재의 자본의 2배 가량이 필요한데 현재의 사정으로는 사실상 힘들기에 조금 더 다양한 표현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때문에 여태까지 예술을 상업화 한다는 것에 관심조차 없었는데 판매를 통한 자본으로 조금 더 좋은 작업을 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담은 예술을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조금 더 좋은 작업을 통해 더 높은 퀄리티와 많은 시도를 해 나가는 것에 주력하고자 하는 것이죠. 때문에 저희에게 예술을 담은 상업지를 통한 예술의 대중화라는 새로운 큰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 이외의 어려움이 굳이 있다면 다들 개인적인 예술 활동을 진행하며 그리다 보니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만화를 시작한 후 더 바쁜 생활의 연속이 되었죠. 하지만 이것에 대해 어려움이라는 표현보다 즐거운 바쁨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너무나 즐겁게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만화가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 않을 때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만화 때문에 빼앗기는 시간보다 창작 그 자체의 어려움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또한 모두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가장 뿌듯했던 일이 있다면
저희 잡지의 배포는 대부분 미술관, 갤러리, 예술 계통의 대안 공간 등을 위주로 진행이 됩니다. 그러다 간혹 개인적인 작업을 하며 방문하게 되는 미술관에 저희의 잡지가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보곤 하는데 그 때의 기쁨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마음먹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또한 최근 미술계에선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크리틱-칼과의 연계 또한 굉장히 뿌듯한 점 중 하나입니다. 크리틱-칼에 대해 설명 드리자면 예술계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한 글을 볼 수 있고 기고도 할 수 있는 홈페이지입니다. 작가들의 작업료가 지급이 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글을 올리기도 하고 기성세대들과 젊은 작가들이 토론을 하는 자리를 만드는 등 미술계에 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단체이죠. 이들과의 연계를 통해 저희가 매 잡지를 낼 때마다 크리틱-칼에서 글을 하나씩 받아오고 저희의 만화를 크리틱-칼에 하나씩 보내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저희가 앞장서서 미술계의 좋은 활동들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지원사격을 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이러한 활동들이 미술계에선 꽤 호의적입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기존에 부족했던 이러한 새로운 방식으로 혈기왕성하게 예술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미술 계통의 비평가, 평론가분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또한 저희의 이러한 시도가 다른 예술가 혹은 대중들로 하여금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는 4월에 봄 호가 발행됩니다. 창간호와 겨울 호보다도 더 좋은 퀄리티의 좋은 만화를 선보일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번 봄 호에 많은 관심 부탁을 드리며 광고, 연계, 어떠한 방식으로든 저희와의 교류를 원하신다면 연락 해주세요. 언제든 열려있습니다!
가장 위대한 예술가도 한때는 초심자였다. – 파머스 다이제스트
비전문 인력의 그림이기에 만화체가 조금은 거친 것이 사실이며 그래서 어떠한 사람들은 현재까지의 그들의 만화를 보며 다른 프로들의 만화에 비해 잡지 구성이나 레이아웃이 조금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만화뿐만 아니라 규모와 목적까지도 눈에 보일 정도로 점차 발전해 나가는 그들은 지금도 본인들이 추구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예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장차 어떠한 예술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예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파머스 다이제스트의 격언처럼 한때의 초심자였던 그들이 가장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기에 발전해 나가는 그들을 지켜봐 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