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두 손이 만드는 기적,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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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랍고 폭신폭신한 털실. 서로 이리저리 얽혀 동그란 모자도 되고 길쭉한 목도리도 된다. 털실로 만든 옷가지들은 입고 썼을 때 따뜻할 뿐 아니라, 한 코 두 코 떠내려간 그 정성에 마음까지 훈훈하게 데워준다. 그리고 지구의 반대편, 이런 따뜻함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환경 속에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각종 질병으로 안타깝게 져버리는 생명들이다. 아스라이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한 개의 털모자가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 내 손으로 만드는 기적,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이다.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2013년 10월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 시즌7을 시작했다.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은 참여자들이 직접 모자를 떠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신생아들에게 전달해주는 참여형 캠페인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태어나는 당일 사망하는 신생아는 105만 명, 한 달 안에 목숨을 잃는 신생아의 수는 295만 명에 이른다. (세이브더칠드런, 2013 어머니 보고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폐렴이나 설사, 말라리아 혹은 출산 합병증 등이지만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결코 어렵거나 거창하지 않다. 탯줄을 자르는 살균된 칼이나, 폐렴을 치료하는 항생제 몇 알,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있으면 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저체중이나 영양부족으로 면역성이 떨어지는 신생아, 조산아들은 캥거루 케어(Kangaroo Care) 라는 방식으로 살릴 수 있다. 신생아를 안고 털모자와 포대기로 감싼 후 아기를 안고 있으면 아기는 따뜻한 체온과 엄마의 심장박동소리에 맞추어 호흡을 하며, 마치 인큐베이터에 있는 듯 생명의 힘을 키워가는 것이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방법은 모자 뜨기 키트를 구매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키트는 GS SHOP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실과 바늘을 비롯해 모자를 반송할 때 쓸 봉투와 희망을 적어 보내는 편지까지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다. 키트 판매 수입금은 해외 보건사업에 사용된다. 모자를 뜨는 방법은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에 개재된 동영상 강의를 통해 상세히 배울 수 있다.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글과 영상이 함께 올라와 있다. 완성된 모자는 아기의 위생을 위해 찬물로 손세탁 후 완전히 말린 다음 봉투에 담는다. 키트 속 스티커 태그에 이름과 연락처 정보를 적어 보내면 내가 보낸 모자가 단체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자원봉사 확인증도 발급 가능하다. (개인 참여자의 경우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 함) 모자는 2~3월 경 모자전달국인 잠비야, 에티오피아, 타지키스탄으로 건너가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게 된다.
한편 캠퍼스 곳곳에 귀여운 빨간 모자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가 부착되어있는 걸 본 국민*인들이 많을 것이다.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중앙동아리 LIA에서 붙인 것으로, 모자 뜨기에 동참할 국민*인들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개인이 뜬 모자들을 한 데 모아 ‘국민대’ 이름으로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할 예정이다. 동아리 가입과는 무관하게 친절히 모자 뜨는 법도 알려준다고 하니 손재주가 없거나 뜨개질 경험이 없어 머뭇거리는 국민*인들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하기에 좋겠다. 캠페인 시즌1부터 시즌6까지 수거된 모자는 794,920개, 모자를 보낸 사람은 346,033명, 참여 단체는 3,437개에 이른다. 크고 뿌듯한 수치다. 하지만 모자에 담긴 사랑과 희망은 더욱 크고 아름답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어쩌면 앞으로도 보기 힘들 지구 건너편의 한 아이를 위해 뜬 모자는 단순히 보온의 용도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힘겨운 현실 앞에 아이의 작고 연약한 손을 잡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한 모정을 쓰다듬고, 그 품에 곤히 잠들어 내일을 꿈꾸는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함으로써 더욱 행복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이번 겨울, 조그마한 모자가 선사하는 이 크나큰 행복의 굴레에 풍덩 빠져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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