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또 다른 국민인] 슬라맛 빠기! 인도네시아 교환학생을 만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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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를 외치던 21세기도 어느새 13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민대 또한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외국학교들과 많은 자매 결연을 맺고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본교에도 여러나라에서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이 교환학생으로 와있다. 출석부에 외국인 학생의 이름이 없는 것이 더 허전할 때도 있다. 국적은 다르지만 우리와 같은 생활을 하고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외국인 학생을 소개하는 코너, 또 다른 국민*인! 이번에는 유일한 인도네시아 국민*인 릴리스 누르 양을 만나보았다. 슬라맛 빠기, 릴리스! (selamat pagi : 인도네시아어로 아침인사를 뜻한다.)
Q. 전공이 한국사 라니 놀랍다. 한국에 와서까지 한국사를 전공하는 이유는?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 한국학을 전공했어. 한국학과에서는 한국어, 한국문화, 한국역사, 한국회사에 대해서 가르쳐. 그런데 한국역사 수업만 인도네시아 교수님이 없으셔서 한국인 교수님이 수업하셨지. 한국인 교수님이 한국역사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잘 가르치시는건 사실이야. 하지만 인도네시아 교수님이 가르쳐 준다면 학생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한국 역사 전공 교수가 되기 위해서 국민대에서 한국사를 공부하는 중이야.
Q. 국민대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내가 처음 국민대에 도착한건 2월 26일이었어. 첫인상은 너무 춥다? 인도네시아는 평균 기온이 34도 정도야. 원래 살던 곳이 따뜻한 나라였기 때문에 나한테 한국의 겨울은 더 춥게 느껴졌어. 너무 추워서 코피가 나기도 했었다니까. 그렇게 첫 2주 동안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코피 흘리며 나홀로 추위와의 싸움을 했었지. 어느정도 추위에 적응하고 나니까 캠퍼스가 눈에 보이더라. 국민대의 캠퍼스는 정말 예쁜 것 같아. 단풍도 아름답고 말이야. 하지만 눈 내린 캠퍼스는 추워서 싫어.(웃음)
Q. 인도네시아의 대학생활과 한국의 대학생활을 비교하자면? 우선 한국 대학생들은 음식을 정말 즐기는 것 같아. 수업이 끝나고 다같이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특히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를 정말 좋아하더라고. 인도네시아인의 대부분은 무슬림이야. 알다시피 무슬림은 돼지고기와 술이 금지되어있어. 그래서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래방이나 백화점에 가. 백화점은 한국과 약간 개념이 달라서 공연도 자주 열리고 쇼핑도 할 수 있는 문화생활 공간이야. 한국의 대학생활이 좀 더 재밌는 것 같아. 비록 술과 돼지고기는 못 먹지만 양념 치킨에 콜라는 나도 정말 좋아해.
Q. 문화가 달라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당연히 있지. 엄청 많아. 우선 존댓말과 반말을 구분하는 것이 힘들었어. 한번은 교수님이 “릴리스”하고 불렀는데 “어, 왜?”라고 대답해서 교실에 있던 학생 모두가 빵 터진 적이 있었어. 교수님이 엄청 당황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죄송하다. 그리고 한국의 인사말이 구분하기 힘들었어. 예를 들어 “반가웠어 릴리스 나중에 커피나 한잔 하자.” “응 그래.” 하고 헤어졌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커피 마시자고 했던 친구가 오지 않는 거야. 한참 후에 친구가 오더니 “왜 아직도 여기 있어?”래. “커피 마시자고 했잖아?”라고 되물었더니 “그건 그냥 헤어질 때 하는 인사같은 거야”라고 하더라구. 나는 인사인줄 모르고 정말로 커피 마시자는 약속인줄 알았던 거지. (웃음) 또 한 번은 “나 운동하러 갔다올게.”라고 해서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지 뭐야.
Q. 국민대에서 어떤 활동들을 했나? 국사학과에서 9박 10일 답사를 다녀왔어. 6월에는 충청남도에 다녀왔고 이번 학기에는 태백문화권으로 다녀왔지. 수업만 같이 듣던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 또 여름에는 농촌봉사활동에 참가했었어. 배추심기, 모심기, 잔디 깔기 등등 즐거운 경험이었지. 그 중에서도 특히 제트보트를 탔을 때의 스릴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지금은 프로메테우스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 토론활동이 주된 활동이지만 동아리 친구들과 공연을 본다거나 산책을 가는 게 너무 즐거워. 한국인 친구들과 MT도 갔었어. 술자리는 같이 못하지만 게임하는 게 재밌어서 몇 번이나 다녀왔어. 덕분에 스피드게임은 이제 완전 고수가 다 됐다니까.
Q,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은 어떤가요? 한국에는 정말 좋은 친구들이 많아.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인연으로 아직도 연락하는 친구가 가장 고마워. 내가 한국에 적응하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줬거든. 반대로 한국인인데 인도네시아에 교환 학생으로 가있는 친구도 있어. 지금도 메신저로 나는 인도네시아의 표지판을 읽어 주고, 친구는 한국의 맛 집을 알려주고 있어. 가끔 김치 사진 찍어서 보내주면 부러워 죽을려고 해. (웃음) 그리고 국사학과 동기들도 좋고, 동아리 친구들도 다 좋아. 친구들과 함께 북서울숲, 남산타워, 남이섬에 놀러갔던 추억들을 다 잊지 못할거야. 한국에서 이렇게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었던 건 다 친구들 덕분이야.
Q. 나에게 국민대란? 나에게 큰 경험이자 제일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내 인생에서 제일 좋은 시간이었어. 국민대에 온 덕분에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었고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었거든.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라는 고민을 하게 했기 때문에 제일 힘든 시기이기도 해. 그동안에 고생도 많이 했고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국민대가 정말 좋아졌어. 이번학기가 끝나면 나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국민대학교 대학원으로 다시 유학 오는 것이 지금 내 목표야.
Q. 국민*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가끔 내가 외국인이란 걸 알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경우가 있어. 나도 똑같은 사람인데 이상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신기하게 쳐다보지 않아도 되고 외국인이라서 주는 과도한 관심과 과한 친절은 오히려 부담스러워. 같은 사람이고 같은 학생으로서 편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어. 또 국민대 친구들에게 파이팅 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어. 한국의 학생들은 힘들게 사는 것 같아. 시험 공부도 어렵고 해야 할 일도 많고 다들 바쁘게 사는 것 같아. 그래서 모두 힘냈으면 좋겠어. 그리고 국민대를 많이 사랑해줘!
릴리스와 인터뷰하는 내내 너무나 자연스러운 한국어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몇 살이냐는 질문에 “21살”이 아니라 “92년생”이라고 자연스럽게 대답하며, 지방 출신인 기자의 서투른 서울말보다 사투리가 더 듣기 좋다는 그녀를 보며 정말 인도네시아 사람이 맞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으로 유학 왔다는 그녀는 이미 한국인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외국인 학생들은 이렇게나 한국에 잘 적응해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그들을 낯선 외국인으로서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외국인이 아닌 그저 같은 사람으로 생각해 달라는 릴리스의 당부를 보니 아직까지 우리의 태도가 미성숙한 부분이 있나보다. 또 다른 국민*인으로서 살아가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진정한 배려는 과도한 친절이 아니라 편한 분위기와 자연스러움이다. 그저 외국 학생이 많은 학교가 아니라 외국학생이 유학 가고 싶은 한국의 대학교로 국민대가 손 꼽히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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