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길상사, 맑고 향기로운 그곳에 가다. | |||
---|---|---|---|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선선한 바람과 빨간빛 노란빛을 뽐내는 단풍은 여행을 가라며 마음을 부추긴다. 늦가을의 아름다움과 시원한 바람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은 국민*인이라면 서울에 있다는 사실이 믿지기 않을 정도로 고즈넉하고 청아한 사찰, 길상사로 잠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길상사는 함께 떠나도 좋고, 홀로 떠나도 좋은 템플스테이도 운영하고 있어 그동안의 지친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옷깃에 닿은 바람의 기운마저 청량해서 마음마저 깨끗이 닦이는 고요한 사찰 길상사로 지금 떠나보자.
법정스님이 열반에 들기 전까지 정기법회를 운영하며 계셨던 곳으로도 유명한 길상사는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70년대 고급 요정이었던 대원각을 주인이었던 김영한이 송광사에 시주하여 사찰로 바뀐 곳이다. 길상사를 시주한 김영한은 월북시인 백석의 연인으로 알려진 기생으로 70년대 고급요정이었던 대원각을 운영했으며 만년에 법정의 무소유 철학에 감화를 받아서 수차례에 걸쳐 시주의사를 밝혔으나 법정이 거절하였다가 1997년에야 사찰로 바뀌었다고 한다. 길상사는 요정으로 사용하던 건물들을 그대로 불전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사찰과는 다른 건물구조와 공간배치를 하고 있다. 큰 홀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건물을 개조한 주불전인 극락전을 중심으로 최근에 신축한 지장전, 설법당, 법정스님의 진영을 모시고 그의 저서 및 전각을 전시한 진영각과 크고 작은 별채들을 활용한 처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길상사는 사찰이라기보다는 아늑하고 조용한 비원 같은 인상을 준다. 맑고 향기로게라는 말마따나 길상사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자면, 귓가에 들리는 낙엽 스치는 소리와 코끝을 간질이는 차의 향기로 자연스레 마음이 가라앉고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그려진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특유의 고즈넉한 옛정취와 북악산의 풍경이 조화를 이루어 멋진 가을 풍경을 그려내는 길상사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일까? 길상사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도 불편한 기분 없이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어 서울 데이트 명소로 꼽힌다. 또한 길상사에는 관용정신이 여기저기 보인다. 뜰에 있는 관음보살상과 길상보탑에서 잘 나타난다. 먼저 길상보탑은 법정과 길상화의 뜻을 기리기 위해 길상사, 길상성당, 덕수교회간의 종교간 교류를 전하기 위해 2012년 세워진 탑이다. 또한 왼손에 든 정병과 오른손의 시무외인을 보면 보살상 같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성모마리아 상을 연상시키는 관음보살상은 가톨릭 신자이자 조각가인 최종태 교수의 작품이다.
# 참 나를 찾아 떠나는 '수련형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Temple stay)는 OECD 선정 세계 5대 문화관광상품으로 관광객들이 절에 숙박하며 사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향토문화백과사전참조). 보통 템플스테이하면 깊은 산 속에서 일상과 동떨어져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우리 아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길상사는 2~4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연꽃등 만들기, 108염주ㆍ합장주 만들기, 사경, 다도예절, 명상 .스님과의 차담등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템플라이프와 '참 나를 찾아 떠나는 1박2일 주말여행- 주말 선수련회'라는 이름으로 수련형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길상사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가 처음인 사람들에게 사찰예절을 알려준 뒤 입재식을 하면서 시작된다. 입재식 후에 스님이 사찰 안내를 하며 길상사에 얽힌 이야기를 해준다. 그 후 수행자의 자세로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무소유의 불교정신을 직접 실천하고 이해할 수 있는 체험중의 하나인 발우공양을 통하여 평소보다는 이른 저녁식사를 하게 된다. 식사 후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갖고 법정스님의 일생이 담긴 영상법문 시간과 참선시간을 갖는다. 불교에서의 ‘참선’이란 일반적인 의미로 표현하면 명상과 같다. 참선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본마음’ 즉 ‘참된 나’를 밝히는 시간이다.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상과 같은 바른 자세로 이 시간만큼은 모든 근심, 걱정, 생각들을 멈춘 채로 오직 자신의 호흡에 집중한다. 하지만 처음 시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곧은 자세로 1시간동안 참선을 하기란 쉽지 않다. 참선이 끝나면 10시에 취침을 한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3시 30분부터 이른 아침을 시작한다. 새벽예불-아침공양-108배-이완명상-차담을 끝으로 1박2일간의 템플 스테이가 끝이난다. 템플스테이는 기본적으로 침묵을 지키며 진행되는데, 침묵을 통해 일상의 집착을 잠시 벗어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템플스테이는 이렇듯 일상에서 잊어버린 전통문화의 향훈과 자연과 하나 되는 마음자세에서 본래 내 모습을 찾는 일이다. 그래서 마음의 풍요로움을 갖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생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종교를 초월하는 감동과 의미를 지닌다. 꼭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집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잠을 자면 여행 기분이 난다. 깊어가는 가을, 산사를 아름답게 물들인 단풍 속에서 어깨 위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던지고 ‘참나’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2동 323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