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군가 어떤 하나에 꽂혀 그것을 모으는 사람을 볼 때면, “도대체 그거 왜 모아요?”라며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지 않은가? 우리들의 눈엔 그저 ‘100트럭에 한 가득 갖다 준대도 갖고 싶지 않은 짐’으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수집능력 속에 하나에서 두 개, 두 개에서 여러 개가 모여진 결과물을 보게 된다면, 두 눈을 의심하며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 그런 국민*인들을 한번 모아봤다. 우리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한 몸에 받아온 그것들은 빙산의 일각이었던 것이다!
Q. 다 쓴 일기장은 책장을 정리 할 때, 1순위로 버렸던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지금 까지 잘 가지고 있죠?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서 다 쓴 일기장은 ‘버리지 말고 모아라’ 하시며 신신당부를 해주셔서 절대 버리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마당에서 군밤을 구워먹는데 마땅히 태울만한 게 없는 거예요. “에라 모르겠다”하고 일기장을 가지고 나와서 태우며 일기장을 다시 봤는데, 정말 재밌는 거에요. 그래서 다시 다 가져다 놓고, 지금까지 쓰고, 또 버리지 않고 모으고 있죠.
Q. 일기는 ‘밥을 먹었다. 잠을 잤다.’ 이렇게 간단히 쓰면 안 되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일기를 잘~쓰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잘 쓰는 노하우라기보다는 기억하고 싶은 일 위주로 써요. 그럼 나중에 봐도 그 당시 상황 뿐 아니라 그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까지 기억이 되살아나요. 기록이라는 것은 진짜 신기하다니까요. 기분이 좋으면 당연히 쓰겠지만, 안 좋은 일을 겪고 나서는 일기에 화풀이를 하기도 하죠.
Q. 앞으로도 계속 쓸 건가요?
당연하죠. 전 일기 쓰는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쪽지나 편지 쓰는 것도 좋아해요. 크리스마스 때 제 주위 분들께 제가 직접 만든 카드를 나눠드리기도 하죠! 그러니 일기를 안 쓰는 일은 아마 절대 없을 거예요. 시험기간에도 일기는 꼭 쓰죠.
Q. 레고는 꼬마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아닌가요? 혹시 피터팬 증후군?!
네? 전 정신연령도 성인 맞습니다. 어렸을 적 엄마께서 저희 남매에게 무슨 특별한 날이면 레고 장난감을 사주시곤 하셨는데, 그래서 인지 제가 유독 레고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음...뭐랄까 레고는 제게 선물 같은 존재이죠. 지금까지 모은 레고가 집안 찬장,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가 없답니다.
Q. 레고는 시리즈로 있기도 하던데, 시리즈로 모으는 편인가요?
네, 그렇게 모으기도 하고요. 그래서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 모았죠. 전 근데 조금 화려하고, 아기자기 하면서도 디테일한? 설명하기 조금 그렇지만, 그냥 제 눈에 딱 들어오는 것 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 위주로 모아요. 사진 상으로는 별로 없어 보이는데 저희 부모님께서는 일본에 계셔서 일본에 더 많이 있어요. 한국에 올 때 가져온 것들은 100여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Q. 주로 어디서 구입하나요?
일반 마트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좀 더 다양하게 사기 위해서 '토이저러스'라는 장난감만을 파는 매장에서 구입을 하는 편이에요. 또 인터넷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눈으로 구경한 다음 집으로 배달을 시키기도 하죠. 친구가 “레고 살 돈을 모아서 차라리 옷을 사겠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전 친동생 같은 이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답니다.
Q. 왜 모으게 된 거죠?
사실 TV에서 어느 한 사람이 집안에서 굴러다니는 벼루를 가지고 나왔는데 알고 보니 골동품인데다가 엄청난 값어치를 하는 거예요. 딱 그 장면을 보고 나서는 약간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그때부터 저도 무언가를 한번 잘 살펴보고 모으자고 다짐했는데 그게 영화포스터 였던거죠. 영화관을 갈 때면 국내, 해외영화 가릴 것 없이 모아왔어요. 제가 한국에 살고 있으니 당연히 국내영화포스터가 더 많죠.
Q. 영화는 안보고 영화포스터만 모은다고요?
영화관을 갈 때 포스터를 가져오면 편하지만, 딱히 영화를 보지 않아도 포스터를 가져오기 위해 영화관에 들릴 때도 많아요. 제가 모은 포스터의 영화를 다 봤으면, 전 영화광이 되었겠죠. 하지만 저의 관심은 오로지 포스터죠.
Q. 정확히 몇 장을 모았는지 세본 적 있나요?
그 동안 딱히 몇 장 모으겠다고 계획하고 모은 건 아니라서, 지금 까지 대략 540장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사진 찍는다고 펼친 김에 년도 별로 다시 싹 정리를 해서 더 체계적으로 모아볼 생각입니다.
기자에게도 집안 한 쪽 공간을 내어줄 만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틈틈이 모아온 즐겨보는 잡지들, 언젠간 뒷면에 무어라도 쓰겠지 하고 모아놓은 이면지, 카페를 갈 때면 예뻐서 하나씩 가져온 종이 컵 홀더 등등. 막상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 또한 무언가를 차곡차곡 모으고 있던 수집가였다. 딱히 모아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모은 건 아닌데, 이젠 버리기가 아까울 뿐만 아니라 끝까지 간직해야 한다는 약간의 책임감도 생겨 나려 한다. 다른 국민*인들 역시 무언가를 모으고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