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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100돌이 골퍼’도 훈수 버릇…왜 자꾸 남에게 레슨 하려 할까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실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 착각

골프 관련 정보 넘쳐나는 시대
지식 과잉확신과 상대 무지로
남성들 무턱대고 아는 척 심각

하수는 가르쳐주고 싶어 안달
보기골퍼, 먼저 와 가르쳐주고
싱글골퍼, 물어야 가르쳐주고
프로골퍼, 돈 받아야 가르쳐줘

얼마 전 지인들과 모처럼 라운드하다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동반자 중 골프에 입문한 지 일 년 정도밖에 안 된 소위 ‘100돌이’ 골퍼가 있었다. 

그런데 그가 라운드 도중 그날따라 자꾸 슬라이스가 나는 다른 동반자에게 갑자기 슬라이스의 원인에 관해 일장 레슨을 늘어놓는 게 아닌가. 물론 그 골퍼는 자신보다 구력도 훨씬 오래되고 실력도 더 좋은 보기 플레이어였다.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봐 차마 중간에 말을 끊지 못하고 묵묵히 듣고 있었고, ‘훈수’를 들으며 붉으락푸르락하는 골퍼의 표정에서 분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제 골프에 입문한 사람이 오늘 골프를 시작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 골프 레슨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비슷한 상황을 내 눈앞에서 직접 목격할 줄은 몰랐다. 골퍼라면 연습장에서 공을 치다 가끔 생전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스윙의 문제를 지적해주는 일을 한두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이렇듯 골퍼들의 ‘레슨 강박’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014년 작가 레베카 솔닛의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행어가 된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의 합성어다. 어떤 분야나 주제든 여성들은 잘 모를 것이라는 전제하에 남성들이 무턱대고 아는 척 설명하려고 드는 행위를 말한다.

솔닛은 책에서 본인이 직접 겪은 맨스플레인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성이 최근 그가 접한 책에 대해 거드름을 피우며 그녀에게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알고 보니 그나마도 책이 아닌 서평을 읽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책의 저자는 다름 아닌 바로 솔닛이었다. 맨스플레인은 주로 자신의 지식에 대한 과잉확신과 상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골퍼들의 ‘골퍼스플레인(golfersplain)’ 역시 남성들의 맨스플레인 못지않게 심각하다.

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사람들이 실제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식착각’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자주 보거나 사용해 익숙해지면 그 대상에 관해 잘 안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매일 음악을 들으며 오디오 기기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막상 그 작은 쇳덩어리에서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그 원리를 초등학생 아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시치미, 어처구니, 을씨년, 마천루, 상아탑, 조강지처, 풍비박산, 대증요법, 미세먼지, 고령화 사회, 베이비붐 세대,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을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쓰면서도 정작 그 정확한 의미나 개념은 잘 모른다. TV에서 자주 보는 연예인을 직접 만나게 되면 처음 만나면서 마치 자신이 예전부터 잘 알고 있던 사람인 양 대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퍼 500만 시대에 걸맞게 3개나 되는 골프 전문채널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골프 레슨을 방송으로 내보낸다. 골프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유튜브에는 엄청난 양의 골프 지식과 정보가 넘쳐난다. 말 그대로 골프 정보의 홍수다.

누구나 맘만 먹으면 세계적인 티칭프로의 레슨이나 최신 스윙이론을 접할 수 있다 보니 어지간한 티칭프로보다 골프에 관해 아는 것이 많은 일반 주말골퍼도 있다. 이렇게 골프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계속 접하다 보면 마치 자신이 골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지식착각에 빠지기 쉽다. 골퍼스플레인이 나오기 딱 좋은 조건이다. 왜 골퍼들이 그토록 틈만 나면 남들에게 레슨을 못해 안달인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자주 보고 들어서 익숙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모든 정보와 지식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골퍼는 많지 않다. 심지어 이런 정보와 지식 중에는 잘못되거나 틀린 엉터리도 많다. 문제는 골프에 관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 주말골퍼에게 옥석을 제대로 가릴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친구나 주변 지인의 스윙을 보고 한 수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하수’임에 틀림이 없다. 보기골퍼는 굳이 묻지 않아도 먼저 와서 가르쳐주고, 싱글골퍼는 물어오면 마지못해 가르쳐주고, 프로골퍼는 돈을 받아야 비로소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80501032839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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