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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소련'을 모르는 러시아 청년 세대 / 강윤희(러시아, 유라시아학과) 교수


구 소련 국기©게티이미지뱅크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청년층의 정치적 성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년들은 진보적인 반면 노년층이 될수록 보수화된다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최근의 여론조사는 20, 30대 청년층이 더는 '진보'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집권 여당 측에서 특히나 당황한 듯 싶다.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해마다 새로운 20대 청년들을 접하게 된다. 이들이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우리 세대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처음에는 잘 몰랐다. 우리 세대 누구나가 당연히 알던 것을 학생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럴 때마다 이 친구들이 교양이 없는 것일까, 혹은 중·고등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한 학생이 “그때 우리는 태어나지 않았어요”라고 말해주어서 깨닫게 되었다. 소련이니, 고르바초프니, 88올림픽이니, 군부독재니, 민주항쟁이니 하는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는 머나먼 옛날 얘기처럼 들린다는 것을 말이다. 마치 6·25 전쟁이니 북한의 만행이니 하는 것들이 우리들에게 경험적으로 낯설었던 것처럼 말이다.

 

청년들의 삶의 경험치가 우리 세대와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들은 산업화의 혜택 속에서 상대적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 컸고, 인터넷 및 스마트폰을 통해 온갖 정보에 노출된 세대이다. 민주화가 키워드였던 우리 586세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세대이다.

 

“내가 가진 모든 돈을 다 끌어모아 비트코인 살 거야.” 몇 년 전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학생이 뭔가에 투자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매우 낯설었고, 굉장히 공격적인 자세여서 적잖게 놀랐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때 그 학생은 정말 비트코인을 샀을까?’ ‘그 학생 말을 듣고 나도 비트코인을 좀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요즘의 청년들이 자본주의적 마인드를 일찍부터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제 완전히 인정하게 되었다. 관심 있는 국제관계 기사를 선택해서 발표해 보라고 하니, 자신들이 주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금리 변동에 관련된 기사를 다루고 싶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세계의 변화 속도가 갈수록 가속화되는지라 세대 간의 경험치가 크게 편차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점에서는 러시아도 우리나라 못지않다. 내 머릿속에서 소련의 붕괴는 엊그제 일처럼 느껴지지만 소련이 붕괴된 지도 벌써 30년이 되어간다. 이 말은 30세 미만의 러시아 젊은이들은 소련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라는 것이다. 199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소련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로서 체제전환의 혼란기에 소련을 그리워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러시아 청년들은 소련을 동경하지 않는다. 소련 시절에 모든 청년들에게 교육 기회,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완전고용, 그리고 아파트까지 국가가 제공했었음에도 말이다. 프롤레타리아트의 이름으로 공산당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지도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청년들은 성공, 부, 물질적 문제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소련식 사회보장이 더는 주어지지 않는 자본주의적 러시아에서 이들은 충실하게 생존의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을 정치의식이 부족한, 생각 없는 젊은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다. 그들에게 공산주의의 종식은 이미 주어진 현실이고 이제 남은 일은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삶의 조건에 스스로 적응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 청년들이 민주화 달성을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말이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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